학교 운동부 육성. 이는 70년대보다 훨씬 후퇴했다. 당시엔 학교 당국이 적극적으로 선수를 양성해 애교심 함양과 학교 홍보에 큰 재미(?)를 보았던 반면 30여년이 지난 지금, 학교 당국은 아예 뒷짐을 지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지도자 급여에서부터 대회 출전비까지 필요한 재원을 모두 학부모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 많게는 월 100만여원이 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도 있다. 결국 선수들의 진학 문제까지 학부모가 나서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는 비단 학교의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 안에서 학교체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교육계의 무관심으로 사라진 지 오래됐고 그나마 문화관광부 체육국에서 학교운동부 육성 업무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도 사실 시도 교육청의 소관사항이어서 체계적인 육성과 관리는 어렵다. 이러니 대구의 그 중학교처럼 진학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진학이 아니라 기계적인 선수 육성에 있다. 오로지 운동과 승부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방식은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 학교에 이롭지 않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수 학생, 우수 선수를 만들면 된다. 눈을 돌려 선진국 시스템을 보면 이미 학업이 우수한 학생선수들이 잘 키워지고 있다. 이것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시행되는 클럽시스템 덕분이다. 유럽은 지역사회에서, 일본은 학교 내에서, 미국은 혼합 형태로 아무 탈 없이 우수선수가 나오고 있고 학업에도 별 지장이 없다.
1997년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치렀던 톰 브래들리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상을 받은 프로선수였고, 2006년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인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선수로, 감독으로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들은 클럽시스템이 만들어낸 스타다.
우리도 시급히 관련 부처와 경기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클럽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됐다. 최근 문화부 체육국에서 전문스포츠클럽과 청소년스포츠클럽을 시범운영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학교 내 클럽제도는 정규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우수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방과 후에 연습시키고 주말에 경기하도록 하는 전문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면 좋을 것이다. 지역사회는 기존의 성인클럽에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을 회원으로 받고 수준별로 운영하면 생활체육의 저변도 넓히고 우수선수의 발굴 육성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 안목에서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고 전폭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우리도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되는 날을 기대해 보자.
한종우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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