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업지구에 조성 중인 개성공단의 분위기도 용천과 비슷하다. 가건물 옆에서 굴착기들이 부지런히 땅을 파고 있다. 성공을 장담하는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지만,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벌판은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는 최근 북한과의 거래에서 피해를 보면 5억원 내에서 손실액의 50%를 보상하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위험부담이 크게 줄었으니 개성공단에서 열기를 감지하는 기업인들도 꽤 있을 것이다.
▷용천의 재기와 개성공단의 진전은 좋은 일이다. 긴급구호가 됐건 이익을 노린 투자가 됐건 남북이 힘을 합쳐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재난을 당했을 때 도와주고, 남북이 힘을 합쳐 공단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국민은 성금을 내면서 북한이 선군(先軍)이 아니라 선민(先民) 정치를 하는 정상적인 국가로 변모하기를 염원했을 것이다. 용천과 개성공단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근본적 변화가 아닌가.
▷용천사고는 우리에게 뜻밖의 후유증을 남겼다. 북한의 취약성을 한반도가 불안하지 않다는 논리 전개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한미군 감축으로 안보불안론이 제기되자 “그토록 허약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 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천주민이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아니다. 위협의 진원지는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권력층과 군부다. 그들은 용천사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북한의 상처는 아물고 있는데 남남(南南) 갈등은 여전한 것 같아 걱정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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