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의원 “美, 한국 동맹으로 신뢰안해”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51분


‘심각하고 당황스러운 괴리(deep panic gap).’

22∼27일 한나라당 특사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귀국한 박진(朴振) 의원은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미 뉴욕타임스의 25일자 기사의 한 구절을 인용해 한미 양국간의 동맹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전했다.

박 의원은 워싱턴에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 미 행정부와 의회, 정책연구기관의 주요 인사 30여명을 면담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밝힌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진단 및 전망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정부가 최근 미국보다 중국 쪽에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에 대해 “잘못된 방향(wrong direction)”이라고 강조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특히 커트 캠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한미관계를 “매우 심각하다(very serious)”고 표현했다는 것.

또 “한미동맹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 한국을 신뢰할 만한 진정한 동맹(true alliance)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 민감한 전략정보 공유를 꺼리고 있다”고 우려한 인사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중국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 제공한 정보 중 한국 정부에 전달된 게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인사는 “미국-북한 관계보다 미국-남한 관계가 더 심각하다”, “아랍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반미감정이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인 것 같다”, “미국은 한국의 견해를 더 이상 경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태인 위험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도 썼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또 “이라크내 상황악화로 인해 주한미군 재배치가 가속화되고, 주한미군 감축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및 한미동맹관계의 진상 파악을 위한 국회 국방위 및 통일외교통상위 청문회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흔들리는 한미동맹 등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청문회를 실시하고 국회 내에 한미동맹과 관련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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