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협력과 6자회담]‘북한 核능력’ 설전

  • 입력 2004년 5월 3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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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심포지엄에선 북한의 핵 능력, 6자회담에서의 중국의 역할 등에 관해 통상적인 학술행사 수준을 넘어서는 치열한 토론이 오갔다. 오후 사회를 맡은 권오기 PEACE21 이사장은 발언신청자가 꼬리를 물자 “3분 이상의 발언을 제한하겠다”며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논쟁의 불씨를 지핀 것은 지정토론자로 나선 일본의 이즈미 하지메 교수. 그는 북한을 사실상의 ‘제한적인 핵 국가’로 봐야한다고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전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민간 전문가들은 이즈미 교수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지만, 중국측은 판이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청위제 연구원은 “설사 북한 핵이 존재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기술력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만큼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북한이 쉽게 (핵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근거였다.

그는 또 “먹고살기 힘든 북한이 어떻게 핵개발을 하겠느냐”고 주장했으나, 한국의 박철희 교수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서방의 경제보상을 얻어내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대체로 한국 일본의 현직 외교관은 시종 차분하게 논쟁을 피해갔지만, 중국 외교관은 분명한 견해를 밝혀 대조를 이뤘다.

문하영 외교부 정책기획관은 북한 핵의 존재 여부 및 핵개발 의도에 대해 말을 아꼈고, 스기야마 신스케 공사도 핵심논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싱하이밍 참사관은 “2003년 중국이 북한의 3자회담 참가를 종용하기 위해 석유공급을 3일간 중단했다는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일본에서 첫 보도가 나왔다. 확인해 봤는데 조작이다. 책임지고 말하지만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한편 중국 참석자들은 뛰어난 한국어 구사 능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쉬바오캉 인민일보 서울지국장은 평양에서 8년, 서울에서 2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역 없이 한국어로 토론에 나섰다.

또 싱 참사관, 청 연구원도 오찬 테이블에서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정치권의 친중국화 현상 등에 관한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3국 속담으로 본 對北시각▼

심포지엄의 일부 참석자는 3국의 속담 등을 통해 6자회담을 보는 각국의 시각을 표현했다.

지즈예 CICIR 부원장은 ‘3척(尺) 얼음은 하루에 언 것이 아니다’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북한 입장에서 회담 테이블에 앉은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라며 “50, 60년간 언 얼음이 그와 같은 시간이 지나야 녹는 것은 아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일본엔 ‘우는 아이는 이길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며 “원님(미국)과 위험한 장난감(핵)을 가진 우는 아이(북한)가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원님이 아이의 머리를 때리면 폭발할지도 모르므로 다수가 모여 만든 게 6자회담”이라고 설명했다.

본보 최규철 논설주간은 ‘기종야곡 문수불록(旣終夜哭 問誰不祿·밤새도록 울다가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이라며 “미 중 일 러 4개국은 회담 결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회담 과정 중 북핵이란 ‘블루칩’에 투자해 많이 얻을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대 김영작 교수도 “각국은 동상이몽식의 전략을 탈피하고 북한에 대해 ‘당근’을 함께 주거나 ‘채찍’을 동시에 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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