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에 참석했던 정봉주(鄭鳳株·서울 노원갑) 당선자가 30일 친노 정치포털사이트 ‘서프라이즈’에 띄워놓은 ‘청와대만찬 감상기’의 일부다.
1980년대 민청련 전민련 등에서 활동한 재야출신인 정 당선자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끌려가야 할 노래가, 이제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 한복판에 울려 퍼지게 될 줄은…. (중략) 포도주에 다소 취기가 올라 보이는 대통령도 모든 당선자도 울고 있었다.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있음을 선언한 5월 29일! 민주화운동세력, 개혁세력이 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음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정 당선자는 울었는지 몰라도 대통령은 울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봉주의원 글中 관련 부분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이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시위 현장도 아니요 파업 현장도 아닌 청와대 영빈관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은 청와대 뜨락을 넘어 한반도 전체에 울려 퍼져 나가고 있었다.
비장한 목소리로 불끈 쥔 주먹을 힘차게 휘저으며 목청 높여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번 총선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3인의 젊은 당선자들이었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을...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세력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리고 반정부 과격 분자로 몰려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던 그 시절의 그 노래가, 이제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한 복판인 청와대 영빈관에서 울려 퍼지게 될 줄은....
이렇듯 민주화 운동 세력, 개혁 세력, 평화세력은 역사의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음을 확인시켜 준 자리는 바로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해준 환영 만찬회장이었다.
<<중략>>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끈 쥔 두 주먹을 힘차게 휘두르며...
여기가 어디이던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이 장악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바로 그 반역사적 무리들의 심장부가 아니었던가?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던 자들도, 낙선의 쓰라림을 억누르며 참석했던 자들도 지금 이 순간은 모든 것을 잊었다.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조국 통일을 위해,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경제 회생을 위해,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개혁 국회, 민주 국회를 이룩하겠다는 다짐과 각오만 있을 뿐이었다.
노래 가사 그대로 온갖 고문과 탄압 속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먼저 간 민주 열사들이 정말 저 앞에서 힘차게 나아가라고 우리를 손짓하며 부르고 있는 듯 했다.
포도주에 다소 취기가 올라 보이는 대통령도 울고 있었고 모든 당선자도 울고 있었다. 아니 이 나라 앞날에 서광을 비추게 해 준 국민들을 생각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하며 가슴 속 깊이 모두 밝게 웃는 듯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이제 이 땅의 심장부에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있음을 선언한 아, 오늘 5월 29일!
17대 개혁 국회가 시작되기 바로 4시간 전, 이렇게 역사는 우리 앞에서 분명한 획을 그으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끌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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