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상훈/참전용사 제대로 예우하자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6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정부고관들은 참전용사를 찾아 위로할 것이고, 초등학생들은 국립묘지에서 고사리 손을 모을 것이다. 언론에는 병마에 시달리며 생계를 걱정하는 독립유공자 기사가 한두 편 나올 것이다. 그 다음에 우리는 할 바를 다한 양 일상으로 돌아간다.

호국보훈이 이처럼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야 어떻게 진정한 보훈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호국과 보훈은 불가분의 관계다. 호국의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받드는 것이 보훈이라면, 보훈이 밑거름이 되어 되돌아오는 열매가 호국이다.

우리나라에는 70만명의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다. 그중 6·25전쟁 참전용사는 대부분 일흔이 넘었다. 국가는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지난 1993년에야 참전군인지원법을 만들었다. 참전용사들은 이 법에 근거해 월 6만5000원의 수당을 받는다. 그것도 65세를 넘어야 된다.

참전용사들이 무슨 대가를 바라고 전쟁에 뛰어들었겠는가. 그러나 손자에게 과자값이라도 쥐어주고 싶은 노병의 작은 소망은 쥐꼬리만 한 수당을 받아든 순간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수백명의 6·25 참전용사들이 아직도 보훈병원에 누워 있는데 이 병원의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6·25전쟁이 ‘민족해방전쟁’으로, 베트남전 파병이 용병으로 둔갑하는 현실 앞에서는 서글픔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미군은 자원입대해 봉급을 받고 근무하지만 전역 후에는 취업과 공무원 임용에서 우대를 받는다. 연금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캐나다는 제대군인을 위해 특별토지분양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호주는 연금은 기본이고 자녀수당, 약제수당, 집세수당, 간호사의 방문간호까지 지원한다.

보훈예산비율을 봐도 호주 5.1%, 독일 3.1%, 미국 2.5%, 프랑스 2.1%인데 우리나라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선진부국이기 때문에 그런가. 아니다. 보훈을 제대로 했기에 부국을 이룬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보다 국방이 우선’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보훈예산에 인색한 이유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6·25전쟁 당시 고위층 자제들이 참전해 전사했다는 기록이 드물다. 따라서 국가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층에 참전용사나 독립유공자 후손이 거의 없는 현실이 보훈정책 답보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보훈의 씨앗을 뿌려야 하나. 무엇보다도 참전용사들이 예우 받는 사회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훈예산을 적어도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서 고령의 참전용사들이 최소한 끼니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일류 보훈병원을 건립해야 한다. 군대를 갔다 오면 보상이 되고, 병역을 기피하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사회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군대에 못 간다는 사실 자체가 벌(罰)이 되기 때문에 병역기피자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눈물로 씨를 뿌리면 기쁨으로 단을 거둔다고 했다. 지금은 다소 힘들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보훈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국가존망이 걸렸을 때, 국민생존이 위태로울 때 달콤한 호국의 열매를 따먹으려면.

이상훈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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