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영식/美민주당은 우리편?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48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존 케리 상원의원이 최근 대외정책에 관한 일련의 구상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애틀 연설에서 ‘동맹관계 재건’을 비롯한 대외정책의 4대 원칙을 발표했고, 28일 워싱턴 포스트 및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는 그런 원칙들을 좀 더 구체화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이라크보다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양자협상과 6자회담의 병행 △한반도 감군 △정전협정 대체 및 남북한 통일 문제 등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은 케리 후보가 동맹관계 회복을 강조한 데 이어 양자협상을 6자회담과 병행하겠다고 하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케리 구상’은 아직 초보 단계지만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북한과의 양자협상 항목에 통일 문제를 포함시킨 점이 그렇다.

북-미협상과 6자회담의 병행을 말한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일본 중국의 민감한 입장을 감안해 병행론을 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6자회담은 ‘구색용’으로 전락하고 북-미 양자협상이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뜻이다.

자칫 미국이 북한과 양자협상을 하면서 한국을 배제한 채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만을 털어놓았던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의 모습이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케리 구상’만이 아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케리 후보가 잇따라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데도 “미국 주요 정치인의 관심 표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정도의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물론 케리 후보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2001년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한미 외교사의 최대 참화(慘禍)’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만 쳐다보고 있다가 부시 대통령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여 우리 정부 일각에 ‘민주당은 좋은 친구(good guy)니까…’라는 환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김영식 국제부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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