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이 대만 독립을 주장해 온 천 총통의 취임식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국에 ‘대만 고립’ 대열에 동참할 것을 종용하는 행위마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본다. 중국대사관측은 내정간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지만, 다른 나라 국회의원의 대외활동까지 통제하려 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만약 중국이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해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대사관이 이처럼 무례한 요구를 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래 ‘중국 눈치 보기 외교’로 일관해 온 정부의 저자세가 이번 일의 원인(遠因)이 된 것은 아닌가.
이번 일이 보름이 다 되도록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원들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외교관례에서 벗어난 전화를 받고도 항의는커녕 쉬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자세라면 앞으로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국익을 지켜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정부가 출범 이래 줄곧 강조해 온 것이 ‘자주 외교’다. 자주 외교를 하겠다면서 중국대사관의 부당한 내정간섭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중국대사관에 엄중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 내야 한다.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한국은 중국에 ‘상대하기 만만한 나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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