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전 대표 방값 못해 명당서 쫓겨나…"

  • 입력 2004년 6월 3일 15시 03분


“최병렬 전 대표의 방(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은 동료의원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샀던 전망 좋은 방(명당)이었으나, 정작 방 주인이 방값을 못해 쫓겨났다.”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공보비서를 지냈던 공희준씨가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www.mediamob.co.kr)에 “최 대표의 정치적 비전과 성과가 방의 가치에 미치지 못해 진정한 방주인인 국민들에 의해 쫓겨났다”면서 의원회관 사무실에 얽힌 사연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의원회관은 어느 방이 명당이고 어느 방이 저주 받은 사지(死地)라는 등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많은 곳”이라면서 “최 대표의 방은 로얄층인 423호였는데 당시 3층은 여당실세, 4층은 야당중진들이 이사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입주 당시 최 대표의 절친한 동료정치인이 ‘전에 그 방을 사용하던 의원이 임기 중 사망한 운이 나쁜 방이니 입주하지 말라’고 말렸으나 최 대표가 ‘그까짓 것이 뭔 대수냐’면서 무시하고 입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방에 입주한 뒤 최 대표는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함께 명분 없는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했고, 결국 17대 총선에서는 전국구든 지역구든 아예 출마도 못했는데 자업자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모시던 의원이 승승장구해야 휘하에서 일하던 비서들도 기를 펴는 법인데 나는 정반대”라면서 “노 대통령이 탄핵당하던 날 부끄러워 하늘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최 대표의 방 왼쪽은 손학규 의원의 방(422호), 오른쪽은 홍사덕 의원의 방(424호)이었는데 이 시대의 대세처럼 좌(左)는 흥하고 우(右)는 망했다”면서 “낙선한 홍 의원은 어쩌면 이라크에서 마지막 정치생명을 불살라야 할지도 모를 처지가 됐으나 손 의원은 만사가 순조롭게 풀려 경기도지사로 웅비했다”고 재미있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 대표가 머물던 방의 터가 가히 좋지 않았던 모양’이라면서 일례로 화재가 발생해 질식사 할 뻔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혼자 철야근무를 하는데 새벽녘에 타는 냄새가 나 확인했으나 경보기도 울리지 않고 특별한 낌새도 없어 계속 일을 했다. 그러나 그 냄새는 바로 아래층 전재희 의원의 방에서 발생한 화재의 유독가스가 스며들어온 것으로 잘못했으면 죽을 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17대 국회에 등원해 최 전 대표의 방을 물려받은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의 보좌관들에게 “이 방이 쓰는 사람마다 족족 나자빠진 재수 없는 방이라 탓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나도 의원회관에 명당자리와 귀신들린 방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지만 행과 불행은 우연한 천운이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충고의 말을 던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셨던 사람의 예의로 정치에서 물러난 최 대표의 건강을 빈다”면서 “실패한 정치인 실패한 비서였을망정 나는 글쟁이로서는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공희준씨는 지난 2000년 봄부터 약 9개월간 최 대표 공보비서를 지냈으며 현재는 인터넷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희준씨 '명당자리와 귀신들린 방' 전문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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