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첫 전체회의를 시작하기 직전 북측 안익산 수석대표(해군 소장·남측 준장에 해당)는 “지난번 회의 때는 (마주앉은 책상이) 넓고 멀었는데 이번엔 가까워 잘될 것 같다”고 농담조의 말을 건넸다.
남측 박정화 수석대표(해군 준장·합참 작전차장)는 이에 대해 “‘7년 대한(大旱)에 단비’라는 말이 있는데 최근 남측에 단비가 내렸다”며 “2차 회담에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선 핵심 의제인 ‘서해상의 우발적인 무력충돌 방지 대책’을 놓고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북한은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의 근본원인(북방한계선·NLL) 자체를 없애자”며 남측이 제기한 △남북 서해 함대사령부간 직통전화 개설 △서해 남북 군함간 공동주파수 이용 등을 거부했다. 이 밖에 북측은 우발 충돌 방지책 마련의 선결조건으로 전방 지역의 남측 선전방송장치들을 모두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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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한의 확성기와 대형전광판이 남측의 뉴스들을 사실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 특히 북한날씨뉴스가 북한군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오전 10시40분경 전체회의를 마치고 잠시 각자 입장을 정리한 뒤 11시반부터 오후 1시경까지 실무대표 접촉을 다시 벌였다. 1시부터 시작된 점심식사 자리에선 호텔측이 반주용으로 문배주를 내놓았으나 입에 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 수석대표는 호텔 방명록에 “호텔이 유럽식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조선식 환대와 친절한 접대를 받아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양측은 오후 3시경부터 오후 5시10분 현재까지 실무회의를 2시간 이상 이어갔지만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측 안 수석대표는 “남으로 내려올 때 남측지역의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공사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을 남측 관계자들에게 전했는데 수속절차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속초=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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