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결과를 분석하는 정치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여당 견제심리 △낮은 투표율 △조직선거 열세를 패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주력군이라 할 수 있는 젊은층의 투표 불참은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요인보다는 총선 이후 여권이 보인 난맥상이 더욱 본질적인 패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이후 집권 2기의 출범에 즈음해서도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 경제위기 상황을 ‘재벌과 언론의 위기 부추기기’로 단순화하는 시각, ‘김혁규 총리카드’ 밀어붙이기, 변하지 않는 도발적 대야관(對野觀) 등이 유권자들에게 “탄핵 전과 그대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 특히 “별놈의 보수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다”는 5월 27일 연세대 특강은 탄핵 이후 첫 대중강연으로는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열린우리당의 내부 상황도 패인의 원인이 됐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씨 등 당 지도부는 총선 이후 입각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당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 벌어진 혼란 역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선자 축하연에서 보인 음주 가무행태에 대한 비판여론과 공공주택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논란 등 정책난맥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략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선거 초반 판세가 부산 우세, 전남 안정 우세로 나왔고 제주는 기본적으로 여당 성향이라는 인식 하에 최소한 2곳만 이기면 된다고 지도부가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부산과 경남의 교두보 확보에 지나치게 치중해 우세를 장담했던 전남지사마저 민주당에 내줬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박풍(朴風)’이 1등공신이었으며 김혁규 의원에 대한 ‘배신자론’도 어느 정도 먹혔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주지사의 경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실패가 여당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영남 우선, 호남 소외론’이 불거지면서 지역 정서가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고 인물 대결에서도 박준영(朴晙瑩) 후보가 민화식(閔化植) 후보를 압도했다고 자평했다.
노사모 등 친노(親盧) 단체가 이번 재·보선에서 지난 대선이나 4·15총선 때에 비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은 것도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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