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맹은 다자동맹?=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워싱턴의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주한미군을 대북억지라는 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미래 한미동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미간의 양자동맹이 사실상 ‘해체’되고 한미일 3국에 호주까지 묶는 ‘다자동맹’의 틀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동북아 안보문제를 다룰 때 한국과 다른 동맹국들이 한 팀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4월부터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FOTA)이라는 이름으로 동맹개념의 재정의(re-define) 작업을 하고 있지만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새로 등장할 동맹의 밑그림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다자동맹과 집단안보체제=공교롭게도 이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직후 노 대통령이 집단안보체제를 언급하자 한미 양국간에 이미 ‘다자 동맹’에 관한 교감이 이뤄져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고개를 들었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집단안보체제’ 언급은 세계의 보편적인 안보질서가 양자동맹이거나 집단안보체제에 속해 있는 만큼 ‘자주냐 동맹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자는 데 강조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상호동맹 또는 집단안보동맹으로 평화체제를 관리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언급을 했던 만큼 이번 언급을 ‘한미동맹을 대체할 집단안보체제 구상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인 셈이다.
또 NSC가 3월에 발간한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이란 책자에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역내 다자안보협력체를 구축하기 위해 북핵 문제의 진전 상황에 따라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대화의 틀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새로운 얘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로에 선 동맹개념=그러나 지난해 4월 1차 FOTA에서 양국이 “주한미군의 역내 안정에 대한 기여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NSC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3월 ‘한미동맹의 주요 도전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한미동맹은 종전의 한국 방위에서 지역 안전을 포함하는 ‘광역 동맹’으로 전환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미동맹이 ‘다자동맹’ 또는 ‘광역동맹’으로 변화할 경우에 대비한 논의들이 계속돼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문제는 ‘다자동맹=지역분쟁 자동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3일 워싱턴에서 ‘주한미군의 아시아지역 기동군화’에 대해 “주변국(중국)에 부담을 주는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기 힘들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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