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는 한나라…당 체제개편 박차

  • 입력 2004년 6월 7일 17시 04분


6·5 재보선 압승 후 한나라당은 거듭 몸을 낮추고 있다. 선거 승인(勝因)이 여권의 잇따른 '패착'에 있는 만큼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겸허한 자세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7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재 보선의 승리는 한편으로 짐이 된다"며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지지받은 것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고 당의 지속적 개혁을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재보선 결과에 대한 여권의 '이중잣대'를 문제 삼았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열린우리당은 재 보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에 '자기가 공천을 안 했으니 심판받을 일도 없다'고 했다"며 "노 대통령은 당이 유리하면 같이 가고, 불리하면 따로 가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회복했다고 보고 지지부진한 당 체제 개편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당 사무처 요원의 구조조정 문제. 현재 300여명의 사무처 요원을 개정된 정당법에 따라 180명(중앙당 100명, 시 도 당 80명) 이내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비서진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명예퇴직 신청을 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실질적인 감축 규모는 60여명을 웃돌 전망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실무진이 마련한 당 체제 개편안에 대해 "철저한 구조조정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당 개편 용역을 외부 컨설팅사에 맡긴 것도 박 대표의 이 같은 불만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확대 개편 문제도 당의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려 있다. 당 일부에선 사무처 구조조정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연구소가 사무처 요원 30여명을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당 지도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이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여의도연구소만은 사무처 잉여 인력의 흡수창구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한 데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여의도연구소 개편방안을 마련 중인 박세일(朴世逸) 의원은 "현 연구소를 정책재단으로 격상시켜 바람직한 정책 정당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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