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지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과 기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이던 2001년 가을. 당시 노 대통령은 고향인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기 김 지사도 와 계시는데 지금 부산 경남에서 김 지사와 내가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 둘 중에 뜨는 사람이 대통령을 먼저 하고 다른 사람이 다음에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초 노 대통령이 각 광역단체를 순시할 때의 에피소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노 대통령이 김 지사를 '성공한 CEO 지사'로서 지방화 시대에 딱 들어맞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치켜세우더라. 의례적인 덕담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어서 참석자들이 의아해할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경남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노 대통령은 몇 차례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저런 사람만 내 곁에 있으면 안 될 일이 없을 텐데…"라고 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이후 청와대에서 몇 차례 김 전 지사와 독대하며 '동업'을 적극 제안했고 마침내 김 전 지사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15일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한다.
김 전 지사에 대한 기대와 마음의 빚을 동시에 갖고 있던 노 대통령은 4·15 총선 승리 후 김 전 지사를 국정 2기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굳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자신의 뜻을 전했다.
지난달 20일 신기남(辛基南) 의장 체제 후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김혁규 카드의 당위성을 역설했고, 일부 참석자들이 "총리 문제는 발표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으냐"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등 '김혁규 카드'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또 재·보선 전 열린우리당 일부 초선 의원들이 김혁규 카드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며 당-청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자 노 대통령은 몇몇 측근들에게 김혁규 카드의 당위성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는 것.
6일 김 전 지사는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께 누를 끼치면서까지 굳이 총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시면 안된다"며 적극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김 전 지사가 고사 입장을 끝까지 밝히자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7일 오전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대통령이 내 의견을 수용하실 것 같다"며 "오늘, 내일 중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보름 전에도 노 대통령께 총리직 고사 의견을 밝혔었다"며 "당시 노 대통령은 '기다려보자'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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