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 인사들은 새 총리 후보자의 기준으로 △당 쪽 인사는 아니며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검증에 하자가 없는 인물이라는 3가지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중장기 개혁과제에 전념하기 위해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상당부분 내맡길 수 있는 안정감과 행정능력을 갖춘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명망가나 정치인 출신을 기용하지 않고 ‘일하는 총리’를 찾겠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 원장은 오랜 관료 경험에 지난해 10월 감사원장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이날 청와대측 기류는 “아니다”라는 쪽이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전 원장이 감사원장을 잘하고 있는데 뺄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전 원장이 3일 노 대통령과 조찬회동을 한 것 때문에 유력하다는 추측이 나왔으나 순전히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부총리에 대해선 “내각의 경제팀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자리를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청와대 인사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새 총리 후보감을 찾는 데 이 부총리가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부총리의 자리가 너무 커서 또 다른 경제통을 총리로 기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총리를 그대로 둔 채 경제관료 출신의 다른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는 ‘경제 총리-경제 부총리’ 구도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럴 바엔 차라리 이 부총리를 총리로 끌어올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 부총리가 그대로 있게 된다면 비(非)경제통 총리가 기용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린우리당 쪽에서 환경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명숙(韓明淑) 의원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이날 밤 전화통화에서 “아무 사인도 받은 게 없다. 나는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고, 청와대 관계자도 “몇 사람이 하는 얘기”라고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행정 경험이 많다는 점에서 오명(吳明) 과학기술부 장관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면서 국가과학기술체계를 새로 정립해야 할 과제가 맡겨져 있어 ‘오명 카드’ 역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하튼 ‘김혁규 카드’ 이후의 대안 모색이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 총리 문제는 8일 오후 늦게나 9일이 돼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의 동시입각 문제도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 재야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6·5 재·보선 패배로 인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김 전 대표가 입각 대신 당에 남아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각의 성격과 폭은 총리 지명 문제와 맞물려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전망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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