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美, 한국정부 동의 낙관한듯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50분


미국이 주한미군을 2005년 말까지 감축하겠다고 전격 통보해 온 것은 정부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는 미국이 “한국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이 나름대로 한국을 배려해 온 것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 사정이 악화돼 왔음에도 해외주둔 미군 10개 사단 중 주한미군 2사단을 이라크로 차출하는 것을 지난달까지도 미뤄 왔다.

그런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대북 억지력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에 크게 반대하지 않은 점도 미국이 그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됐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라크 차출을 막았다면 미국으로선 재고(再考)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지난달 말 “무조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한 것도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시대적 변화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자주국방을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미국의 주한미군 조기 감축이 이뤄짐에 따라 자주국방을 더욱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편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이번에 주한미군 감축 시한과 규모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다.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차출 부대의 성격, 단계적 차출 여부 등 아무런 계획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이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기다려 절충을 시도하고, 이를 한국군 전력 증강 계획 수립 및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권안도 국방부 정책실장 (오른쪽 사진에서 오른쪽)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왼쪽 사진에서 왼쪽) 를 각각 수석 대표로 7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9차 한미 미래 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서 양측은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감축의 연계 문제에 이견을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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