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도 개혁 아니라는 ‘원가 공개’

  • 입력 2004년 6월 10일 18시 26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여당 총선 공약인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며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부유세 신설, 파견업종 축소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쌀시장 보호 등 민노당 지도부의 다른 제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견해 차이는 정책의 득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시장경제의 효용에 대한 믿음, 경제 개방 현실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나왔겠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주공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립과 지방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수도권사업으로 메우는 주공의 사업구조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피해는 서민층에 돌아갈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산업 공동화(空洞化)를 앞당겨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자본이 제약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시대에는 부유세가 부(富)의 해외 탈출을 조장한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시장경제와 개방은 국민 다수가 절대 빈곤에 허덕이던 우리나라를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개방형 시장경제의 근본원리까지 훼손하면 성장 잠재력은 떨어지고 경기침체는 심화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에 대해 흔들림 없는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말로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혼선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타당한 논리로 반대한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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