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브레인 그룹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11일 임명사실이 발표된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과 윤성식(尹聖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후보 자문단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문정인(文正仁) 신임 동북아시대위원장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으로 한 단계 승격될 예정인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 역시 대선 때부터 외교안보 분야에 관해 자문해온 브레인들이다.
관료 출신인 박봉흠(朴奉欽) 전 대통령 정책실장의 병환이라는 우연한 계기에 따른 것이지만 앞으로 당-정-청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핵심요직인 대통령정책실장 자리에 그동안 정부혁신 작업을 주도해온 김병준 신임 실장이 기용된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정부혁신의 밑그림을 제공한 윤 위원장과, 역시 자문교수 출신으로 이를 집행할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장관에 이르기까지 '김병준-윤성식-허성관' 라인이 구축된 것은 그 자체로 노 대통령이 집권 2기에 '정부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량 만두소 사건'을 예로 들면서 "아직도 많은 정부조직에 국민을 두려워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정부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중장기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까지 감안하면 청와대와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들 브레인 그룹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은 높아질 것 같다. 그동안 '물류 및 금융허브'라는 경제분야에 치중했던 동북아경제중심위원회가 동북아시대위원회로 개편되면서 중장기 외교안보 전략까지 포괄적으로 맡게 되면서 위원장에 노 대통령 자문 그룹의 일원이었던 문정인 교수가 기용됐기 때문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도 협의 채널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외교 안보 쪽에 '문정인-이종석' 라인이 새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문 신임 위원장은 '자주적 동맹파'로 불리는 현실주의자로, 올해 1월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노 대통령이 주요 포스트에 브레인 그룹을 기용한 데에는 집권 2기의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결국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앞장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 총리후보자에 관료 출신이 아닌 열린우리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기용한 것과도 같은 흐름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통령정책실장에 비(非) 경제통을 기용함에 따라 내각의 경제팀 수장인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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