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원봉사 모임, 국회의원 299명에 편지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서울 은평구 응암1동에 있는 청소년 자원봉사모임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들’ 소속 중학생들이 13일 17대 국회의원 299명에게 전달할 편지와 ‘부패방지 부적’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의원 개개인의 이력과 관심사 등을 고려해 의원별로 편지를 따로 썼다.-변영욱기자
서울 은평구 응암1동에 있는 청소년 자원봉사모임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들’ 소속 중학생들이 13일 17대 국회의원 299명에게 전달할 편지와 ‘부패방지 부적’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의원 개개인의 이력과 관심사 등을 고려해 의원별로 편지를 따로 썼다.-변영욱기자
《‘○○○ 의원님, 부디 경제를 살려서 작은 가게를 하시는 우리 부모님의 짙은 주름살을 없애 주세요.’ (중학생 한석현)

‘△△△ 의원님, 이번 국회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중학생 박영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1동 청소년 자원봉사모임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들(더·아·사)’ 사무실. 17대 국회의원 299명 각각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흰 봉투가 상자 안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봉투 안에 담긴 것은 17대 국회에 대한 소망을 담아 연필로 한자 한자 정성껏 눌러 쓴 청소년들의 편지와 노란색 한지에 ‘부정부패 방지’의 소망을 담아 그린 ‘희망 부적’.

“지난해 말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관련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아직 어려서 후원금도 낼 수 없고 선거권도 없으니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유혹을 물리치라는 의미에서 희망 부적을 만들기로 했죠.”

‘더·아·사’회장 김태옥양(18)은 “17대 국회가 깨끗하고 좋은 정치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아·사’회원 40여명은 17대 총선이 끝나자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편지를 쓰고 부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뜻에 공감한 선생님들의 소개로 인근 영락중, 불광중, 예일고 학생 300여명도 편지쓰기에 동참했다.

부적을 그리는 물감에는 조계사 불전에 올리는 공양수를 섞고, 신부님과 목사님의 축성 기도를 받았다. 특정 종교나 미신의 의미가 아니라 부패를 멀리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

편지에는 깨끗한 정치를 향한 바람과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고 싶은데 못 배우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 주세요’ ‘청소년들에게 술 담배를 파는 어른들을 혼내 주세요’ 등등 다양한 소망들이 주 내용. 특히 어려운 경제와 관련해 ‘부모님께서 우리나라가 많이 힘들다고 하시며 한숨쉬시는 걸 볼 때 마음이 아프다’거나 ‘우리가 사회에 나갈 때쯤엔 청년실업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호소가 많았다.

또 ‘보도블록을 새로 까는 것을 매년 보는데 그 예산으로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거나 ‘매번 다투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고 질책하는 목소리들도 눈에 띄었다.

신화중 2학년 신새록양(14)은 “국회의원 아저씨들에게 평소 하고 싶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처음에는 누구나 좋은 뜻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일 테니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소신 있게 정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편지와 부적은 21일 오후 각 정당 당사에 직접 전달할 계획. 우편으로 보내면 성의가 없어 보일 것 같아서다.

‘더·아·사’모임 지도교사 최성호씨(34)는 “아이들이 이번 편지쓰기를 통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차이, 국회의 구성 등 예전에 잘 모르던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며 “청소년들의 바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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