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경수로 공사를 위해 2000년 8월부터 1년 6개월간 함경남도 신포지구 금호사무소 원자력건설본부에서 일했다. 만화 소재를 메모한 종이를 양말 속에 숨겨 가져온 그는 북한에서 경험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그린 ‘보통 시민 오씨의 548일 북한 체류기-남쪽손님(1권), 빗장열기(2권)’(길찾기)를 펴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만난 그는 “두 달쯤 지나니까 ‘동무’란 호칭이 익숙해지고 ‘김정일’ 뒤에 ‘장군님’ 붙이는 것도 잊지 않게 되더라”고 회상한다.
남한 물건 중 북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건전지와 유리, 비닐이었다. “‘남조선에서 만든 것 맞느냐’고 물을 때 반신반의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듯했어요.”
유행하는 먹물안경(선글라스)을 밤에도 계속 끼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고,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은 북측 직원이 “총폭탄이 되겠다(죽여 버리겠다는 뜻)”고 거듭 으름장을 놔도 뜻을 몰라 도리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고 한다. 익숙지 않은 북한생활에서 위안이 돼준 것은 식당에서 반주도 없이 한 곡조씩 뽑는 봉사원(접대원)들의 노래와 주민들이 말없이 놓고 간 따끈한 감자와 옥수수였다. 진짜 ‘남남북녀’였을까. “봉사원들을 제외하면 모두 햇볕에 그을리고 화장도 안 하니까 잘 모르겠던데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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