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학술회의 北인사 발언 논란

  • 입력 2004년 6월 16일 19시 05분


6·15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의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연세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연세대 전자도서관을 둘러보고 남측과의 프로그램 협력사업에 관심을 표명했다.-사진공동취재단
6·15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의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연세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연세대 전자도서관을 둘러보고 남측과의 프로그램 협력사업에 관심을 표명했다.-사진공동취재단
15일 김대중(金大中)도서관이 주최한 ‘6·15국제토론회’에서는 북한인사의 미국 비난,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북한의 정치적 요구사항이 육성(肉聲)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당초 주제인 남북정상회담의 의미 등과는 상관없는 이 같은 주장을 북측 인사들이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되풀이한 것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통일연구원 박종철(朴鍾喆)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이 노동신문에 싣거나, 장관급회담 협상자리에서 비공개리에 내놓던 주장을 서울에서 만들어진 공개석상에서 꺼냈다”고 평가했다.

▽“북한, 한국이해 부족하다”=북한의 주장은 ‘한미동맹보다는 민족공조로 뭉치자, 지지부진한 남북경협을 기간산업 첨단산업으로 확대하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16일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이 국내외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북한의 한미동맹 비난에 대해 한국이 왜 한미동맹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봉제 피복 등 노동집약적인 임가공업체에만 투자하지 말고, 경공업 기간산업 첨단산업으로 확대하자는 북측 주장도 ‘수익이 없으면 투자가 없다’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초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북측이 ‘경제협력’이 아닌 ‘원조’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동국대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현대그룹의 투자실패 사례 때문에 북측은 남측 정부의 본격 지원 없이는 경협성공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적(主敵)개념 포기, 북한에 비판적인 국내 인터넷 방송의 중지와 같은 요구들은 다분히 학술회의의 성격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실장은 “북한이 한국 내부에서 대북 친화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발언수위 고심=이번 북한 인사의 발표 원고는 한국 당국의 ‘사전 검토’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북측 인사의 원고에서 ‘미제(美帝·미 제국주의)’ ‘선군(先軍) 정치’ 등 민감한 표현을 고쳤다”고 말했다. 주최측도 북측 인사의 정치적 발언이 부를 논란에 대비해 사전에 논의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 북측 발표자는 원고 수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15일) 오전 4시까지 원고를 고치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측이 표현 완화를 요청받을 때 한국의 사회현실을 감안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만큼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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