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옥계동에 사는 김모씨(50)는 얼마 전 먼 친척뻘 되는 충남 천안시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공무원은 “요즘 시에서 ‘인구 50만 도시 만들기’ 운동을 벌이면서 공무원 1인당 10명씩 할당이 떨어졌다”며 “아직까지 전혀 실적을 올리지 못해 이렇게 지인들한테 전화하고 있다”고 겸연쩍어했다.
김씨는 “타 지역 주민의 주소를 파다가 서류상 인구만 늘리면 뭘해요. 제가 공무원 생활을 하던 1970∼80년대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지금은 좀 달라진 줄 알았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천안시가 인구를 50만 이상으로 만들겠다며 ‘천안사랑팀’이라는 전담 부서를 만든 뒤 공무원들에게 1인당 10명씩의 목표치를 할당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3월 말 현재 천안시 인구는 46만3614명이다.
공무원들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회사원들의 전입을 종용토록 하고 있다. 또 대학 측에도 기숙사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종용토록 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 통학을 번갈아 하는 경우가 많아 주소지 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니와 이 경우 천안이 주소지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인구 50만 도시 만들기’는 54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주인구를 행정적으로 반영해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국가기관 확충으로 행정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도록 누차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면 지방재정보전금이 27%에서 47%로 늘어 연간 160억원 정도 수입이 증가하고, 경찰서와 소방서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나며, 교육 관련 기관 등이 확충된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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