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TV 연설에서 “행정수도 건설은 국민의 참여와 합의가 선결조건으로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으로 수도 이전 공약은 국민적 동의를 얻었고, 여야가 졸속 통과시킨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근거로 법적 정당성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노 대통령은 또 “서울이 몽땅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가 옮겨가고 일부 산하기관이 기능별로 분산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안은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 11개 헌법기관이 이전하는 사실상의 천도다. 국민은 수도 이전의 성격 변화와 이전 비용이 4조∼6조원에서 최대 120조원으로 늘어난 데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원하고 있다.
법에도 없는 재신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던 노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은 하겠다고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못하겠다고 하는 셈이 아닌가.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수도 이전을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한 뒤 국민투표를 통해 가부(可否)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법이다. 수도 이전은 ‘정부의 명운(命運)’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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