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시킨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다시 국민투표 하겠다고 하면 국회의 의사를 거역하는 것이므로 ‘3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서 결정된 것을 ‘국민투표해서 번복하자’고 한다면 국회의 권위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로 정리했다. 현 상황에서의 국민투표 실시는 ‘국회 의사 거역’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국민투표 불가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2월 5일 대전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밝힌 논리는 이와 사뭇 다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민투표 방안은 여야간 충돌 때문에 이 문제가 끝내 국회에서 저지되면 그 반대를 돌파하기 위한 차선의 방법으로 말한 것이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국민 투표=국회 저지 돌파 방안’이라는 논리를 강조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며 그해 12월 15일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방법은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한다”며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합의만 있다면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 안위에 대한 개념을 보다 폭넓게 해석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국민투표에 반대했던 열린우리당은 시정연설 직후 찬성으로 선회했고, 한나라당은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재신임 발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노 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안은 그해 11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이 낸 헌법소원을 각하해버리는 바람에 자동 폐기됐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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