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허원근일병 살해된듯”…국방부 주장 반박

  • 입력 2004년 6월 18일 19시 16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18일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조사 재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허 일병에게 발포된 총기는 허 일병의 것이 아니며, 사건기록상 숨진 현장이 실제 사망한 장소와 다르다”며 ‘자살’이라는 국방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육군 7사단 3연대 1대대에서 복무 중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헌병대는 “중대장의 전령인 허 일병이 중대장의 가혹행위에 의한 군복무 부적응으로 자신의 M16소총으로 왼쪽, 오른쪽 가슴 및 머리에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2002년 9월 1기 의문사위는 “술에 취한 노모 중사의 오발로 허 일병이 숨졌고 이를 자살 사고로 위장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반면 국방부는 자체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같은 해 11월 ‘자살’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2기 의문사위는 지난해 10월 허 일병 사건의 조사를 재개했다.

의문사위는 기자회견에서 “당시의 감정의뢰서와 공문접수대장 등에서 허 일병의 총번이 수기(手記)로 수정돼 있어 실제 감정 의뢰된 총기가 허 일병의 총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재현한 자세대로 자살했다면 총기에 혈흔과 흙이 묻어 있어야 하나 현장 사진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문사위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총기전문가 및 경찰 과학수사부 현장감식반, 법의학자 등 전문가에게 의뢰해 사망 현장 사진을 분석한 결과 “시체 주위에 혈흔과 골편이 보이지 않아 사건 현장으로 볼 수 없으며 시신이 이동된 것 같다”는 공통적인 소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의문사위의 발표 이후 국방부도 기자회견을 갖고 “기록상의 총번 수정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이며 시체 주위가 깨끗한 것은 피가 옷 안에 고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의문사위는 28일 허 일병 사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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