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여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근거조항인 헌법 72조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국가 안위(安危)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을 경우 이 조항을 근거로 반론을 펴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거부하면서 펴는 법 논리를 보면 법률가인 그가 ‘기본적 임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노 대통령은 18일 국민투표 거부 논리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 문제로 ‘엄청난 곤경’을 겪었는데, 다시 국민투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또 “내 맘에 안 드는 법을 한두 개 골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한다면 (헌법학자들이) 가만두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말대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4일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 결정해 그를 ‘엄청난 곤경’에 빠뜨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를 수도 이전 문제에 갖다 붙이는 것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헌재의 논리는 간단하다. 재신임 문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맘에 안 드는 법’에 대해서도 그것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헌재는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수도 이전 문제는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이 지적하듯 ‘국민생활의 안정과 관련된 중요 정책’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지 여부는 ‘대통령의 맘’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관한 법 해석이 ‘대통령 맘’이어서는 안 된다.
이수형 사회1부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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