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에 과도하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별법은 1∼5조에서 법의 목적과 각종 용어의 정의(定意),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 명칭, 다른 계획과의 관계만 규정하고 실질적인 추진 사항은 대부분 추진위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추진위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이전 대상 기관과 방법 및 시기를 정할 수 있으며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도 추정할 수 있다. 또 이전 예정 지역에 대한 기초조사를 벌이고 이전 지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개발허가나 건축허가 제한도 요청할 수 있다. 신행정수도의 인구와 면적, 도시규모 및 형태, 상징과 이미지도 모두 추진위가 결정하는 사항이다. 여기에 중앙행정기관 등의 원활한 이전을 위해 추진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도 이전계획에 포함할 수 있다. 특별법은 사실상 수도이전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추진위가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허영 교수는 “추진위에 이렇게 과도한 권한을 넘겨준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 중대사를 추진하는 데 근거가 되는 중요한 법률은 국회 주도 아래 진행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 하부 기관인 추진위에 위임하는 것은 나머지 실무적인 부분에 국한돼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추진위가 특별법의 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법은 추진위가 수도 이전 과정에 광범위한 국민여론을 수렴토록 하고 있지만(3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특별법은 또 국회나 대법원을 옮길 때 관계 기관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6조).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특별한 조항 ‘8조’▼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8조는 특별한 법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행정수도 예정지역과 주변지역을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의 지역’ 중에서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 대부분의 조항이 수도 이전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게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조항은 여러 측면에서 법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입법의 목적과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도 이전 예정지를 충청권으로 못 박는 것은 수도 이전의 ‘방법과 절차’를 규정하는 이 법의 목적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있다.
둘째,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 논란이다. 제8조는 수도 이전 예정지역을 충청권으로 한정함으로써 다른 지역 주민들의 ‘수도 이전 기대’를 부정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당하지 아니 한다’는 헌법 11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특별법 제8조는 법을 만들 때 지켜야 하는 ‘체계 정당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체계 정당성이란 법률은 전체적인 구조나 내용 면에서 상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그런데 특별법은 6조, 7조 등에서 이전시기와 대상 방법 등에 대해 추진위에 광범위한 위임을 하고 있으면서 8조에서는 이전 예정지를 거론하고 있다. 8조에 의해 6조와 7조가 무의미해지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법조인들은 “8조와 관련된 여러 가지 모순들은 이 법의 ‘태생적 문제’ 때문에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법리나 국익은 제쳐두고 충청권의 표를 얻으려는 정략적인 목적으로 법이 제정됐음을 8조가 ‘특별하게 웅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대리인단의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8조 규정이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 제기의 중요한 근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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