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23, 24일이 고비"…협상 진전있는 듯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47분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피랍 모습을 처음으로 방영한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TV 알 자지라 취재진이 22일 서울을 방문해 한국 취재를 벌였다. 파디 살라메 기자(가운데)가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에서 김씨 피랍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다.-연합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피랍 모습을 처음으로 방영한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TV 알 자지라 취재진이 22일 서울을 방문해 한국 취재를 벌였다. 파디 살라메 기자(가운데)가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에서 김씨 피랍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다.-연합
‘협상시한이 연장됐다’는 알 아라비야 방송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22일 “상황은 여전히 급박하지만, 김선일씨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겼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날 밤 10시 외교부 청사 11층 상황실에서 열린 대책4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알 아라비야의 방송 이후 상황이 희망적”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을 근거로 희망적이라고 판단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 차관의 이런 분석은 그가 방송 전에 “희망적인 정보와 (희망적이지 않은) 다른 정보가 다양했다. 어느 쪽으로 잡아야 할지 생각 중”이라고 밝혔던 것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체적 분위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시한이 연장되면서 ‘잠시 숨 돌릴 틈’은 생겼지만, 이라크 추가파병 강행과 인질의 무사송환이라는 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협상의 본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정부는 “23, 24일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와 아직 직접적으로는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 납치소식이 전해진 21일 이후 납치범들이 바그다드의 한국대사관 등에 일절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납치범들은 그동안 아랍계 방송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22일 밤 “납치범들이 꼭꼭 숨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 쪽에 먼저 연락해오지 않는다면 그들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이 한국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추가 파병중단을 요구하는 무장단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납치범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좀처럼 그들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밤 10시 회의를 통해 “아랍 방송, 이라크의 정치 및 종교지도자를 상대로 민간인 납치의 문제점을 호소, 김씨 석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상대가 분명치 않은 협상이지만, 이라크 재건을 위해 군 부대를 파병하는 국가를 상대로 민간인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 옳지 못한 일이란 점을 아랍인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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