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매체들은 이날 김씨 피랍 사건으로 한국 내 파병 반대론이 높아지고 여당 내에도 파병 재검토론이 제기됨으로써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새로운 골칫거리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건 전개 여하에 따라 국회와 국민 일부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 반미 감정이 이라크 지원에 투영돼 내정과 대미 관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 정부는 납치 사건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질이 절규하는 모습이 TV로 방영됨에 따라 한국인들의 추가 파병 중지와 철군 촉구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30여명이 추가 파병 재검토 요구 결의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부와 여당 사이의 불협화음도 표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 산케이, 도쿄신문 등 주요 신문도 김씨 피랍사건으로 파병 반대론이 급속히 높아지는 등 한국 정부가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2일 인터넷 판에서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서울에서 열린 촛불시위 사진을 게재하고 “시위자들은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했으며 한국 정부는 김씨의 피랍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계획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피랍 사건이 한국인들의 시위를 촉발했다”며 촛불 시위와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도했다.
CNN 방송은 “김씨 피랍 사건이 한국 전체를 쇼크로 몰고 갔지만 특히 오무전기 직원들은 충격이 더 심하다”며 지난해 이라크에서 피격당한 오무전기 직원들의 사례를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김씨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뒤 “김씨가 어머니 신영자씨에게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BBC는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어머니 신씨의 안타까운 절규를 덧붙였다.
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언론도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하며 김씨 신변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르몽드 인터넷판은 21일 ‘이라크-한국인 인질 참수 협박당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월부터 늘어난 피랍자 가운데 대부분은 석방됐지만 최소한 2명이 살해당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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