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현지美軍, 金씨 실종 왜 즉각 안알렸나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51분


가나무역과 군납거래를 한 이라크 내 미군이 김선일씨(34)의 실종 사실을 납치 당일인 17일에 알고도 한국 정부 및 군 당국에 즉각 알리지 않은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22일 당 국방·통일외교통상위원회 분과 연석 간담회에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미국이 김씨 피랍 사실을 17일 파악했는데도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면 한미동맹 차원에서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 5일 전(16, 17일) 미군 쪽으로부터 김씨가 근무하던 (팔루자) 미군기지를 떠나 바그다드로 향한 뒤 소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어제(20일) 미군이 급히 보자고 해 모술에서 대책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17일은 물론 20일에도 미군으로부터 김씨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일단 김씨의 실종을 처음 파악한 미군 실무부대가 상부인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MNF-I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들에 따르면 MNF-I에는 21일 전까지 김씨의 실종 및 납치 사실이 보고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NF-I가 보고를 받고 20일 김 사장에게 협의를 요청했다면 김 사장을 MNF-I가 있는 바그다드로 불렀을 것이기 때문에, 김 사장이 모술에서 대책을 협의한 미군은 현지 실무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미군 실무자들의 판단 실수가 김씨 납치사건에 대한 초기대응을 어렵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통상 전장(戰場)에서 하위부대는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정보보고 차원에서 상부에 보고하는 것에 비춰 이 같은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MNF-I가 김씨 실종을 보고받은 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한국군에 대한 통보를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 같은 논란에 외교통상부 신봉길(申鳳吉) 대변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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