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경호업체 “협상 여지” 끝내 수포로

  • 입력 2004년 6월 23일 03시 38분


이번 사건에서 한국의 사설 경호업체도 민간 차원에서 김선일씨의 구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협상 경위와 실패=이 회사의 이라크 현지 동업자 모하메드 알 오베디는 NKTS가 사건 발생 직후 협상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이곳에 나름대로 네트워크가 있으니 나를 믿어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베디씨는 21일 오후 7시경 다시 e메일을 통해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어 오후 9시경 “무장세력 관계자와 접촉해 곧 이들과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협상 가능성이 점차 밝아지는 듯했다.

이후 22일 오전 “죽이지 않고 협상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 김씨의 신변은 안전하다”며 희망적인 1차 협상 결과를 알려온 뒤 이날 오후 “무장단체가 회사 회장과 직접 협상을 원한다”며 김씨의 무사 귀환을 열망하는 온 국민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김씨가 처형됐다고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22일 보도하면서 이 모든 협상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불길했던 조짐=NKTS는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현지 동업자 오베디씨 등과 연락을 시도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록 갑작스러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이번 김씨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NKTS 최승갑 회장도 “이번 사건은 일본인 납치 때와는 달리 매우 상황이 악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방침을 정부가 밝힌 직후인 데다 무장세력의 봉기가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등 한국인에 대한 감정도 안 좋아지고 있었던 것.

최 회장은 22일 “협상을 하러 간다한들 속단할 수 없다. 이번 협상이 쉽지만은 않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NKTS는 어떤 회사?=NKTS는 지난해 9월 국내 경호업체로는 처음으로 요르단 왕실의 경호를 맡으면서 세간에 알려진 업체.

지난해 3월 창립돼 현재 이라크 현지인을 비롯해 모두 100여명의 경호 요원을 뒀으며 올해 3월부터는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 경찰의 경호교육도 맡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경력이 있는 최 회장의 각별한 인연도 이 곳 진출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이 회사는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협상을 진행해 온 오베디씨는 NKTS가 이라크 현지에 지사를 설립한 올해 2월부터 이 곳의 매니저로 기용한 인물로 현지 정계에 상당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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