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청와대는 김씨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될 다음 달 초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통상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합동 조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APTN이 김씨 피랍 직후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 뒤 AP통신 서울지국을 통해 외교부에 확인 문의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조사 요청’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청와대가 꺼낸 것은 이 같은 상황 판단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외교부는 AP측과 ‘진실게임’을 벌이는 한쪽 당사자가 돼 있는 상황이고, 대통령 보좌 기능을 하는 NSC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조사 주체로서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계적인 통신사와 정부 부처의 공신력이 걸린 사안인 만큼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나서야만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감사원 조사는 외교부와 AP간의 논란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정부의 대처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와 문책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감사원측의 설명이다.
또한 조사 대상 기관 역시 외교부 외에 다른 기관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대상 기관은 외교부 등”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차적으로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정부 대응의 사령탑 역할을 한 NSC나 대(對)테러 및 해외정보 수집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과연 제 역할을 했느냐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직후 단행될 개각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지 모른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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