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국정원까지 불똥 튀나

  • 입력 2004년 6월 25일 01시 5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4일 김선일씨 납치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과정의 의문점을 감사원에 조사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초 청와대는 김씨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될 다음 달 초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통상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합동 조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APTN이 김씨 피랍 직후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 뒤 AP통신 서울지국을 통해 외교부에 확인 문의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조사 요청’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청와대가 꺼낸 것은 이 같은 상황 판단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외교부는 AP측과 ‘진실게임’을 벌이는 한쪽 당사자가 돼 있는 상황이고, 대통령 보좌 기능을 하는 NSC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조사 주체로서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계적인 통신사와 정부 부처의 공신력이 걸린 사안인 만큼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나서야만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감사원 조사는 외교부와 AP간의 논란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정부의 대처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와 문책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감사원측의 설명이다.

또한 조사 대상 기관 역시 외교부 외에 다른 기관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대상 기관은 외교부 등”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차적으로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정부 대응의 사령탑 역할을 한 NSC나 대(對)테러 및 해외정보 수집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과연 제 역할을 했느냐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직후 단행될 개각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지 모른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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