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부냐" 여권도 분노, 대폭 개각론

  • 입력 2004년 6월 25일 15시 47분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떠들 수도 없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을 보는 여권내부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대통령은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살해되던 순간 외교통상부로부터 '희망적이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정부는 김씨가 피납된지 20여일이 지나도록 피납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6월초 AP통신의 김씨 피납에 대한 외교부 확인여부를 놓고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안병영(安秉永) 교육부장관은 교육감들과의 떠들썩한 술자리로 구설수에 올랐다.

노 대통령이 24일 감사원에 외교부,국가정보원,국방부,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 4개부처에 대한 특별감사를 전격 지시한 것도 이 사건이 자칫 현 정권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의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잘잘못이나 책임소재를 떠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 아니냐. 대통령은 그동안 외교·안보라인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외교부는 물론 국가정보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해외 정보 및 테러업무의 주무부처가 국가정보원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당직자는 "우리나라에 국정원이 있느냐"고 비꼬았고, 한 의원은 "테러사건의 실질적 지휘라인은 국정원이며, 지금은 통외통위가 아니라 정보위를 소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권내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교·안보라인뿐만 아니라 조각 수준의 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총리 후보자가 2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인준을 받는 상황인 만큼 개각은 예정돼있다.

노 대통령은 당초 이 총리 후보자가 인준될 경우 통일 문화관광 보건복지 등 3개부처 장관만을 교체할 생각이었지만 김선일씨 사건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호미가 아니라 가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의원은 말했다.

이해찬 총리 후보자도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생각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국반전을 위한 개각은 노 대통령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청와대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문책론을 들고나온 야당에 밀리는 느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선일씨 살해사건의 분노와 충격은 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여권의 고민이다. 또 이 사안은 탄핵이나 수도이전과 같은 정치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기본업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떠앉을 부담은 다른 사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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