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권 바뀌어도 對北정책 안 변해”

  •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53분


“미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협상안의 내용이 보다 구체화됐을 뿐이다.”

아시아재단과 미래전략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조지타운대의 빅터 차 교수(정치외교학·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3차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가 유연해졌다’는 뉴욕 타임스 등 일부 언론의 평가를 일축했다.

그는 또 “북한은 객관적인 제3자(파키스탄)도 확인해 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사를 표명했는데….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대북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설령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북한의 제안을 거의 다 받아들인다 해도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국의 대북 협상안이 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는데….

“궁극적인 입장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 단 북한은 리비아보다 훨씬 더 나은 입장에 있다. 리비아의 경우 핵 포기 선언을 하고 실제로 핵 시설을 해체한 이후에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 동결 과정에 들어서기만 하면 (미국의 합의 속에) 한국 중국 일본의 지원이 시작된다.”

―김선일씨 피살이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더 나아가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 중동지역 원유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동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한국 국익과도 직결된다. 파병은 이를 위한 것이고 이미 한국 정부가 결정했다. 파병반대 목소리가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입장을 번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씨의 죽음은 대단히 안타까운 비극이다.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단순히 반미 감정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한국의 대미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한미간 상당 부분 오해의 여지가 있고 이것이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내 정당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초당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전직 관료 및 학자·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권위 있는 위원회(blue-ribbon commission)를 통해 한국의 대미 동맹관계를 포괄적으로 재검토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내용에 대해 워싱턴은 존경하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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