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에도 청와대는 감사원의 조사가 진행중인만큼 그 결과를 보고 문책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의 피랍사실을 정부가 초기에 파악해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국가정보원장에게 지휘책임을 물어 경질할 것인가의 문제는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런 청와대의 기류는 평소 "국면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식과도 무관치 않다.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가린 뒤에 장관급 인사들의 경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며, 비난여론을 서둘러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식의 '참수형' 개각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북핵 6자회담, 주한미군 감축협상 등 중대현안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인 교체가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따른 개각 폭 확대 문제는 '29, 30일경 3개 부처 개각→감사원 조사 완료→추가 개각'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29일 이해찬(李海瓚) 총리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새 총리가 참석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당초 예정된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김씨 피살 사건에 따른 관계 부처 장관 교체 얘기는 아직 없다"며 "인사요인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서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9일에 단행될 3개 부처 개각의 경우 당초 구도대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동채(鄭東采)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개각 폭이 확대되면서 정 전 의장이 외교부장관으로 옮겨가고, 김 전 대표가 통일부 장관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정원의 경우 이라크 현지 파견 직원이 2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청와대 내에서도 인책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현지 교민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에 정보수집 활동이 강화됐어야 한다"며 "직원을 2명만 파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이라크 현지보다는 주변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해 다수의 요원들이 이라크 주변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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