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정신병의 일종인 ‘외상(外傷) 후 스트레스 장애’.
이는 교통사고를 겪은 이나 그 주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의 무의식적인 공포심을 느끼는 것. 1994년 성수대교 붕괴나 지난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때 많은 시민들이 불안증세를 겪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 정신과학교실의 류인균 교수는 “김씨의 피살 과정을 TV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시청한 이들은 주황색과 같은 특정색깔이나, 넥타이를 매는 등 목과 관련된 일상 행위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처럼 단일민족으로 이뤄진 국가사회에서는 사건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얻는 스트레스가 강하다는 것. 자기가 속한 유사 집단, 즉 ‘내집단’에 함께 속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욱 큰 후유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양대 안동현 교수(신경정신학)는 “네티즌의 공격적인 분노나 이슬람 성원 공격 등은 이 같은 심리의 초기단계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사회적인 신드롬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국민을 안정시키는 ‘상담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은 이런 사고가 나면 당사자 및 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국가가 고용한 전문 카운슬러를 통해 상담치료를 받게 해준다는 것. 미국의 경우 9·11테러가 일어난 직후 ‘카운슬러 핫라인’이 개설돼 무료로 시민들이 상담하고, 심리치료사들이 TV에 출연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을 강연하는 등 정부가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했었다. 한국외국어대 허태균 교수(심리학)는 “보건복지부가 핫라인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사회단체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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