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취임 후 처음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오찬간담회를 자청한 반 장관은 이날 “김씨 사건에 대한 국민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P의 김씨 피랍 문의에 대해 ‘외교부가 진실을 감추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반 장관은 평소의 신중함을 잃고 발끈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내가) 범법자도 아닌데 마치 검찰청에 불려와 포토라인에 서 있는 사람 대하듯 한다”며 자신에 대한 사진기자들의 공세적 취재를 문제 삼았다. 공직생활을 35년 했지만 자신의 사진이 언론에 요즘처럼 크게 실리는 것은 처음이고,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반 장관은 이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런 일이 터진다고 장관을 바꾸면 언제 외교를 하느냐. 몇 달마다 장관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의 외교력 부재에 대한 지적에는 “그러면 이라크에 많은 병력과 정보원이 있는 미국은 미국인 2명의 참수를 막았느냐”고 반문하며 “그런 일에 관해 미 국무부엔 항의 전화 한 통 없었다더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또 “현재 해외 교포가 600만명이고, 연간 외국에 나가는 국민이 700만명이나 돼 전 세계 129개 공관을 통틀어 900명에 불과한 외교 인력으로는 안전을 책임지기 어렵다”며 “이젠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장관이라면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하겠느냐”면서 “김씨 사건이 한국에서 며칠간 대서특필되고, 이라크 추가 파병 철회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만으로도 테러범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의식한 듯 “외교부가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의 사정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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