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 주임신부와 가톨릭대 총장 등을 지낸 가톨릭계 원로 정의채 신부(79·서강대 석좌교수·사진)가 노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의 발언은 26일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1984년 사목회의 의안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그리스도 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신부) 학술회의의 기조강연에서 나왔다.
정 신부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취임선서처럼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보수적 성격을 갖는 한편 이를 증진시킬 진보적 성격도 지닌다”며 “대통령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구되는가를 판단하고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또 대통령이 개혁을 외치지만 과연 국민의 호응을 받는 개혁인지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역대 정권은 수없이 개혁을 외쳤지만 ‘자신들은 변하지 않고 남에게만 변하라’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억지로 바꾸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축구팀처럼 제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세대간 갈등, 국론분열을 치유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사전에 배포한 강연문에서 “신문 개혁을 하려면 정부 소유의 TV 매체부터 공공성에 근거해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며 “물론 신문도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쇄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김씨의 피랍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며 “한심한 정부라는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강연문에서 비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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