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국가가 위기관리 실패하면…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17분


#사례1#

1980년대 미국에서는 해열제로 유명한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즉각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시중에 나온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하는 한편 사과광고를 내보냈다. 회사로선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지만 고객들의 신뢰는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존슨앤드존슨은 이미 회사 안에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사례2#

식품회사인 해찬들은 ‘위기관리 핸드북’이라는 소책자를 제작해 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정기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 책자에는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을 때’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등 40여 가지의 구체적인 ‘위기 상황’을 설정해놓고 있다. 1년 매출액이 2000억원 정도인 이 회사는 매년 1억원 정도를 위기관리에 투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기업들에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위기관리를 잘못했다가 회사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회사 자체가 망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는 리콜을 숨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주가하락 등 곤란을 겪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는 가나무역 김선일(金鮮一)씨 피살사건으로 외교통상부 등 정부가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김씨가 이미 사망했던 시점인 22일 오후 10시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를 방문해 김씨 피랍사건에 대해 상황을 보고받고, 또 이 장면이 공개된 것은 ‘최악의 국가 위기관리’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게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P통신의 김씨 피랍사실 확인요청에 대한 대응 등 위기관리에 대한 행정부의 무(無)대책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그 피해가 곧 바로 국민 전체에 미친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위기관리 실패보다 더 위험하다.”

위기관리 컨설팅업체인 코콤포터노벨리 최정식(崔程植) 팀장의 지적이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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