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교민들은 최근 테러단체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국 민간인들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500여명의 교민들이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이 3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을 살해한 이후 자살폭탄테러가 매달 15건 이상 발생하는 상황이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3월 부임한 박경탁 신임 이스라엘대사는 23일 교민들에게 “외출을 삼가라”는 e메일을 보냈다. 이스라엘에는 교민 이외에도 매년 수백명이 성지순례를 위해 한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요르단 교민들은 김선일씨를 살해한 테러범 알 자르카위가 요르단 출신이라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요르단 정부가 최근 친미, 친이스라엘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아랍계 테러단체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자칫 한국인을 직접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를 탈출한 한국인들이 귀국 및 임시 거주를 위해 요르단으로 몰려오고 있으나 주요르단대사관은 이들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터키와 이란의 교민들은 그동안 아랍지역 교민들 중 안전한 축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주권 이양이 이뤄질 경우 이라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테러단체들이 터키와 이란을 넘나들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친미 성향의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사는 교민들은 그동안 송유관을 노려 온 아랍 테러단체들의 공격이 조만간 일반 민간인들에게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라크 사태가 진정될 경우 쿠웨이트와 사우디에서 미국과 아랍권의 대결 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집트 교민 650여명은 몇 년째 이슬람 원리주의단체들과 이집트 정부간의 유혈 충돌을 목도해 왔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이집트 정부의 세수(稅收)에 타격을 주기 위해 외국 관광객들을 공격하고 있어 한국인들을 상대로 관광지에서 사업을 하는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중동지역 이외의 지역도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에선 정치적 혼란과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운동으로 총기사고 및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 교민들은 체첸 독립군들의 테러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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