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한나라당, 실리는 우리당

  • 입력 2004년 6월 29일 17시 56분


29일 여야가 합의한 원구성의 내용을 보면, 명분은 한나라당이 취하고 실리는 열린우리당이 가져한 '현실적 타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당은 이날 오전 수석부대표 협상까지만해도 법사위원장 문제로 평행선을 달렸지만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협상에 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대표에게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겠다고 밝혀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협상 의미와 과정=열린우리당이 모든 법안의 '게이트 키퍼'인 법상위원장을 양보한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놓고 더 이상 원구성을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장을 양보하는 대신에 위원장에 대한 '견제 장치'로서 법사위원회 위원 수를 홀수로 정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위원 정수가 홀수인 법사 운영 재경 문광 교육 윤리특위 등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확보하며 나머지 상임위는 여야가 동수로 구성되는 짝수 상임위로 구성된다.

열린우리당은 또 협상 쟁점이었던 예결특위의 일반 상임위화 문제를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키로 함으로써 사실상 예결위의 처리 방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또 언론개혁의 핵심인 문광위를 가져온 데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나라당은 협상의 마지노선이었던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중 법사위원장을 확보, 대여 견제의 유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 문제를 '7월15일 표결 처리' 하기로 한 것도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 교육위원장을 고집했고 노동계층과 환경관련 시민단체와의 접촉 폭을 넓히기 위해 환경노동위원장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상임위원장 인선 전망=열린우리당은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소속 의원들을 상임위별 분과에 배속시켜 사실상 상임위 배정을 마쳤지만 이날 협상에서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던 상당수 상임위가 한나라당과 뒤바뀌면서 상임위 배정 자체를 상당부분 다시 해야할 처지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미경(李美卿)의원이 내정됐던 교육위원회가 한나라당 몫으로 가고, 한나라당 몫으로 예상해 재선의 김영춘(金榮春)의원이 최다선으로 배정됐던 정무위가 우리당 몫이 되는 등 완전히 뒤섞였다"며 "3선 이상 의원에서 위원장을 인선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에 검찰 출신인 최연희(崔鉛熙·3선)의원이, 재경위원장엔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인 박종근(朴鍾根)의원이 유력한 상태다. 여성위원장엔 김영선(金映宣·3선)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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