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그룹과 정 전 의장의 측근으로 구성된 실용주의 그룹은 각개 약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3선의 김한길 의원은 ‘참모형’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최근 초선 의원들과 접촉하며 위상 다지기에 나섰다. 정 전 의장의 경제 참모였던 정덕구(鄭德龜) 의원은 초당적 경제 관련 모임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변인을 지낸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활동하며 민병두(閔丙두) 정의용(鄭義溶) 의원 등과 함께 화요조찬 모임인 ‘불새’를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실용주의 그룹의 둥지 역할을 하고 있다.
1970년대 및 386 운동권을 아우르는 김 전 원내대표의 정통개혁 그룹은 이달 초 출범한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에 나서고 있다. 김부겸(金富謙) 김영춘(金榮春) 송영길(宋永吉) 우상호(禹相虎)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이 포진한 이 모임은 21일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비판 성명으로 일단 정체성 확립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진보적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보수적 중도’인 실용주의 그룹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통개혁 그룹 내 중진인 장영달(張永達) 임채정(林采正) 의원 등은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총리로 나선 뒤 독자적 세 확보 대신 일단 흐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사안별로 실용주의 및 정통개혁 그룹과 대립각을 세웠던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친노개혁 그룹은 ‘새로운 모색’ 등과 개혁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원내대표의 ‘계급장 발언’ 등에 유 의원이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러한 양상의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염동연(廉東淵)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은 탄핵심판 직후 강화된 목소리를 유지하며 여러 계파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혁규(金爀珪) 총리카드 파동 과정에서 소장파와 문 의원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이들의 당내 영향력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신기남(辛基南)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떨어지는 데다 실세들의 입각으로 생긴 권력 공백 때문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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