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박창달 의원 사건은 경미한 사안"

  • 입력 2004년 6월 30일 15시 01분


노회찬 의원은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17대 국회에서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첫 사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좀 더 확실한 건을 상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박창달 의원 건은 경미한 사안이었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허점이 많았던 데다 감정적으로 처리한 부분도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무조건 의원 감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에 보도된 ‘체포동의안 부결은 동료 감싸기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29일 발언에 대해서도 “동료라서 감싼 것이 아니라 검찰의 엄격한 법 적용 자체에 대해 반발한 의원들이 많았다는 것을 말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노 의원과의 일문일답.

--어제 체포동의안 부결이 동료감싸기가 아니라고 얘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원들이 동료라서 감싼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검찰의 엄격한 법 적용 자체에 자신있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변호사 출신인데 어제 본회의에서 “검찰의 법적용이 잘못됐다”고 얘기했다. 임 의원에게 ‘동료 의원 감싸기’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검찰이 박창달 의원에게 적용한 선거법이 비현실적이거나 가혹한 측면이 있었나.

▲ 비현실적인 것은 아닌데... 중요한 건 작년까지만 해도 검찰 자신이 이렇게 안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게 명함 250장과 금품 살포 10만원뿐이다. 나머지는 11개월 동안 일한 직원 월급이 문제가 됐다. 사건으로 보면 경미한 사안이다. 검찰이 박 의원을 구속시키겠다고 맘먹었으면 좀 더 완벽한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17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이었던 만큼 좀 더 확실한 건을 상정했어야 했다.

--확실한 건 이라면 어떤 건을 말하는지.

▲예를 들어 박창달 의원이 돈을 (유권자들에게)나눠줬거나 했으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도 무조건 감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 의원께서도 박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

▲그건 아니다. 법 적용은 아주 엄격하게 해야 한다. 나는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허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검찰이 출두요구서를 몇 번 보냈는데 (박 의원이)선거 중이니까 못 나가겠다고 하니까 우격다짐으로 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 진술도 받지 않은 채 영장이 발부됐는가 하면 (박 의원은) 자신에게 영장 발부 된 줄도 모르고 자진출두 했다. 검찰이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체포동의안 반대론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반해 어제 본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의 답변은 부실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실했다는 것인지.

▲어제 본회의 토론에서 의원 질의는 일종의 변호인 신문이었고 법무부 장관의 답변이 검사신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의원들은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는데 법무부 장관의 답변은 부실했다는 것이다. 말은 장황하게 했는데 ‘이것은 위법이다, 위법이 아니다’ 이렇게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판사가 판단할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다. 판단은 물론 판사가 하는 것이지만 (법원도)검찰 수사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했으니까 영장을 발부했을 것 아닌가.

--어찌됐건 체포동의안은 부결 됐다. 어제 부결 직후 ‘과거와는 달리 시시비비를 가려 선별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는데.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난 뒤에 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국회가 잘못한 걸 뻔히 알면서도 동료 의원을 감싸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제 토론 과정을 보니 앞으로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사안에 따라서 선별적으로 처리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7대 국회도 동료 감싸기를 했다는 여론이 팽배한데.

▲여론은 그렇다, 여론은 그런데...(잠시 말을 끊은 뒤) 물론 동료 감싸기도 있었다.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그런 거 생각할 때 검찰이 좀 더 확실한 건을 17대 국회에 첫 케이스로 올렸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진짜 반대하기 힘든 사안을 올려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 첫 사례를 만들었어야 했다. 일단 선례가 남겨지면 그 다음에는 웬만한 것은 통과되기 마련이다. 의원들의 반발 소지가 큰 걸 올려놓으니까 영 모양이 안 좋게 됐다.

--여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노 의원 개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여론도 반대 목소리가 늘어난 거 같다. “국회의원 다 됐다”거나 심지어 ‘변절’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던데.

▲(소리내어 웃으며)나도 봤다. 실제로 내가 그러고 있다면 (그걸)보면서도 뜨끔하겠는데 그렇지는 않으니까... 뭐, 내가 별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노 의원은 질문을 듣다가 ‘변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아..’하고 낮은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 전에 “오늘부터라도 개인 홈페이지에 의정일기를 부지런히 올려야 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현 동아닷컴 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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