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황복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근 수년 사이에 씨가 마른 탓이다. 당시 황복을 구하러 다녔던 청와대 관계자는 신분을 감췄는데도 식당 주인으로부터 “대통령이 달라고 해도 줄 게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이 되면 먹는 문제에도 제약이 따른다. 외식을 하기도 어렵고 별식을 즐기기도 쉽지 않다. 모든 음식은 사전에 엄격한 검식 절차를 거친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노 대통령은 틀에 짜여진 청와대 음식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종종 참모들에게 “편안하게 삼겹살 한 번 구워 먹고 싶다”고 토로한다. 노 대통령은 결국 올 2월 어느 일요일에 경호원만 대동하고 청와대 인근 삼겹살 집을 기습적으로 찾아가 소원을 풀었다.
식탁 앞에서도 노 대통령의 솔직한 성격은 드러난다. 기독교 장로인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노 대통령과 식사할 때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짧게 식전 기도를 하는데 숟가락을 들지 않고 기다리던 노 대통령이 “다 끝나셨습니까”라고 까놓고 물은 적도 있다.
취임 초에는 청와대 경비단 식당에서 배식을 받다가 옆에 떨어진 콩나물을 주워 먹은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번은 관저에서 참모들과 식사를 하던 노 대통령이 약밥을 얹은 단호박 찜을 젓가락으로 집다가 실수로 식탁에 떨어뜨렸다. 당연히 약밥이 다 흐트러졌는데 노 대통령은 손으로 일일이 주워 먹었다. 이를 지켜보던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이 “주방장에게 하나 더 달라고 하지 그걸 다 주워서 드십니까”라고 참견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노 대통령은 정색을 했다. “나는 1946년생으로 시골에서 태어나 먹을 것이 귀한 시대에 자랐다. 쌀 한 톨이라도 남기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돼있다. 음식을 남겨서 버리면 환경에도 좋지 않다.”
그 바람에 정 수석만 머쓱해졌다. 정 수석은 이 얘기를 전하면서 “너나 나나 같은 촌놈끼리 무슨 소리냐는 뜻으로 들렸다”고 얼굴을 붉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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