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분리 원칙을 표명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5선 중진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국무총리로,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는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를 각각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시킴으로써 당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됐다.
이는 정, 김 두 신임 장관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조기 레임덕 현상을 미연에 막고 두 사람이 행정 경험을 쌓게 배려하는 효과도 있다.
정동채(鄭東采) 의원의 문화관광부 장관 기용엔 언론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 같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그는 일찌감치 낙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각은 고건(高建) 전 총리의 제청 거부로 한 달 넘게 연기되는 혼선을 빚었다.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장관을 바꿨다는 비판도 있다.
더욱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둘러싸고 정동영-김근태 간의 갈등설이 번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4·15 총선 직후 정 장관(당시 의장)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의했으나 정 장관은 총선 때의 ‘노인폄훼 발언’을 의식한 탓인지 이를 고사했다. 같은 시기 노 대통령은 김 장관(당시 원내대표)을 불러 통일 문화관광 등 4개 부처 장관직을 제시했고 김 장관은 “통일 쪽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고심하던 노 대통령은 5월 중순 정 장관에게 통일부 장관 언질을 주었으나, 김 장관은 계속 통일부 쪽을 고집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마음을 정리했고 다음날 저녁 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함께 잘 해보자”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정 장관은 30일 개각 발표 직후 “24시간 통일부 업무에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 하지만 내 기본 뿌리는 당”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도 “출장을 다녀오겠다. 과천에 여의도 지점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해 앞으로 당에 복귀해 대선을 준비할 것임을 감추지 않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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