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일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2일 밤 폐막 직전 열리는 ‘여흥(Gala)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다.
ARF 여흥만찬은 회원국 외교당국자간 친목도모를 위해 고위 외교관의 춤과 노래를 곁들이는 행사. 한국도 1997년에 가요 ‘쿵따리 샤바라’라는 노래에 맞춘 집단 춤(허슬)을 선보이는 등 적극 참여해 왔다.
각국의 여흥은 ‘깜짝 공개’가 원칙이어서 현재 북한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이 여흥만찬에 처음 참가하는 만큼 올해는 ‘관람’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국 대표단은 김선일씨 납치 살해사건에 따른 국내분위기를 고려해 ‘춤추는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고, 여흥행사 직전에 귀국하기로 했다.
최근 혈액투석설이 나돌았던 백 외무상은 1일 남북 외무장관회담에 나타났을 때 거동이 다소 불편해 보였다. 그는 반 장관과 인사를 나눌 땐 “피도 하나, 언어 역사 문화도 하나인데 외국에서 남북으로 갈라 앉으니까 수치스럽다”며 “(남북교류에서) 제일 뒤떨어진 게 외교 분야”라고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제 회담에선 ‘반 장관께서’, ‘저는’ 등의 표현을 쓰며 시종 정중한 자세로 임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백 외무상은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중도 귀국도 불사한다”며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메가와티 대통령은 1일 백 외무상을 단독 면담하는 특별예우를 했다. 반면 반 장관 등 10개 참가국 외무장관들은 메가와티 대통령을 ‘집단 면담’했다.
자카르타=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