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원/불리한 보도는 다 ‘음해’인가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39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앞장서 온 특정 의원(K의원)을 음해하기 위한 정략적 보도로 판단된다.”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본보의 장복심(張福心) 의원 비례대표 선정 로비의혹 보도(2일자 A1·5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이같이 말했다.

장 의원이 17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내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의 목적이 K의원이 주도하는 특정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개혁정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이 발언은 취재진의 귀를 의심케 했다. 검찰도 내사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 의혹 당사자의 주장을 근거로 ‘음해’ 운운하는 것도 문제지만, 본질과는 무관한 주장으로 초점을 흐리고 있는 데는 다른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마저 들었다.

우선 본보는 2일 첫 보도부터 줄곧 K의원을 ‘모 의원’이라고 표현했을 뿐, 실명은 물론 영문이니셜조차 밝힌 일이 없다. 그런데도 장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아일보가 본 의원보다는 K의원의 비리를 파헤침으로써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 부대표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앞장서 온 K의원에 대한 음해’로 이를 한 단계 비약시켰다.

장 의원과 이 부대표는 그 근거로 “동아일보 기자가 장 의원의 후원회장을 만나 ‘K의원에 대한 3000만원 제공설을 확인해 주면 장 의원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은 장 의원의 후원회장을 상대로 취재하면서 “사실을 확인해 줘도 후원회장은 단순 전달자에 불과하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진상을 털어놓을 것을 설득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본보가 직접 언급하지도 않은 K의원을 거론하면서 ‘특정 입법 저지 의도’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해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된 오발탄’이란 느낌이다.

불리한 보도만 나오면 ‘음모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성숙한 자세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까.

박성원 정치부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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