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 장관 인사청탁’ 의혹의 뿌리는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42분


청와대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교수임용 인사 청탁 개입 의혹에 대해 5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이 문제를 폭로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를 만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다. 오 전 차관은 정 장관의 관련 의혹을 극구 부인하지만 그대로 믿기는 석연찮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무엇보다 명백해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기고했던 ‘친여(親與) 사이트’ 서프라이즈의 ‘권언(權言) 유착’이다. 서프라이즈 대표의 부인이 아니었다면 공무에 바쁠 문화부 차관이 과연 그를 만나 주기라도 했을지 의문이다. 하물며 업무관계로 만난 게 고작인 사람을 위해 교수 임용 청탁까지 했다는 것은 상황 논리상 납득하기 어렵다.

정 교수에 따르면 서프라이즈 대표 부인은 정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당당하게 교수 임용을 요구했다고 한다. 서프라이즈와 정권 내부의 긴밀한 유착 관계가 없고서도 이런 일들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서프라이즈는 지난 총선 때 여당 후보를 상대로 선거홍보용 동영상 등을 판매해 거액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명색이 언론임을 내세우는 인터넷 매체가 뒤로 여당과 상업적 거래를 한 것은 이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짐작케 한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권언 유착을 철저히 비판해 왔다. 정작 언론정책을 맡은 정부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에 대해 대통령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말 따로 행동 따로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이번의 ‘정 장관 인사 청탁 의혹’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새로운 권언 유착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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