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당대회에선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박 대표의 재신임이 유력하다는 데 당내 이견이 거의 없다.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100여일간의 ‘박근혜 1기(期)’를 마무리하고 임기 2년의 ‘2기 체제’를 준비하는 시발점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돛을 올린 ‘박근혜 체제’의 앞길은 출범 당시만 해도 순탄치 않아 보였다. 탄핵 후폭풍의 한복판에서 맞은 4·15총선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박 대표가 전당대회 당일 “제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충무공의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결연함을 보일 정도였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당 쇄신을 강조 했다. 대여(對與) 투쟁보다는 당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차떼기당’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의 구태를 벗어던지지 않고선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컸다.
취임 직후 박 대표는 전격적으로 당사를 여의도 천막당사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정쟁을 자제하고 유화적인 대북노선을 밝히는 등 변화를 주도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 덧씌워진 ‘반통일당’ ‘영남당’ ‘발목잡기당’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는 전략에서였다.
한나라당의 변화 노력은 박 대표의 높은 대중성과 맞물려 4·15총선과 6·5지방선거 재·보선에서 당을 살리는 결정적 견인차가 됐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주요 현안에 ‘원칙론’을 견지하는 뚝심을 보였다. 여권의 탄핵 사과 공세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자”고 맞섰고 김혁규(金爀珪) 국무총리 카드에 대해선 ‘배신자론’을 펴며 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로 규정했다. 수구로 비친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되 진정한 보수적 가치는 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거쳐 본격적으로 정치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라 서게 됐다. 2006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별다른 큰 정치 일정이 없는 만큼 박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표는 2007년 집권을 겨냥한 당 변화의 비전을 제시한 뒤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당 쇄신을 다그치고 지역별, 이념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의원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해 내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벌써부터 당내 일부 연구모임이 당 지도부와 선을 긋고 ‘당내 당’ 조직으로 발전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표 면담이 대통령 만나기보다 힘들다”는 의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당 장악력을 높이면서도 다른 대선 후보측의 반발을 다독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박 대표의 당 운영이 자칫 독선적으로 비칠 경우 당내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과의 대립으로 당이 혼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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