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 ‘갑작스런 미소’ 속셈은?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51분


남북회담 및 다자회담에 참가하는 북한의 태도가 최근 크게 유연해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달라진 북한=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틀째인 2일 ‘예정에 없던’ 2차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24개국이 참가한 회의장에서 북측에 ‘한번 보자’고 쪽지를 넣었고, 북측이 흔쾌히 응한 결과다.

북한 백남순 외무상은 50분에 걸친 반 장관과의 회담에서 70년대 초 남북적십자 회담에 참여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 북한의 ‘고정 이미지’에 익숙한 외교관들을 놀라게 했다. 백 외무상은 15세 연하의 반 장관을 “반 장관님”으로 부르며 품위유지에 신경을 썼다.

통일부 관계자는 “실무자급 남북접촉도 사전 협의 없이는 일정잡기가 어려웠던 현실에 비춰볼 때 ‘장관급 돌발 회담’은 예상 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변화는 올 5월 이후 열린 14차 남북 장관급회담(5월 초) 남북 장성급회담(6월 초) 3차 6자회담(6월 중순)에서도 눈에 띄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대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벼랑끝 외교’를 통해 실리를 챙기는 데만 몰두해온 것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 1차 6자회담을 마친 뒤 “이런 회담은 쓸모없다”며 회담장인 중국 베이징을 떠났고, 올 2월 2차 6자회담에선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미국을 비난하는 심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달라진 이유=북한의 변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북한이 국제협상에서 최소한의 ‘매너 지키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철저히 계산된 전술이라는 분석이 좀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대북압박에 바람막이가 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란 점에서, 북한이 협상 태도문제로 한국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쌀 비료 제공은 물론 개성공단 투자 등 대북 경제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돕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즉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 한국 내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협조적으로 나옴으로써 ‘한반도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남북간 접촉에서 드러난 북한의 표면적인 태도 변화
회담시간 장소회담 상황평가
11차 ARF2004년 7월 2일인도네시아 자카르타남측이 예정에 없던 2차 남북외교장관 회담을 요청하자 바로 응낙.유연한 태도.
3차 6자회담2004년 6월 말 중국 베이징일방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심야 기자회견’ 등 돌출행동 없었음.회담을 깨지 않으려는 의사.
남북 장성급회담2004년 6월 3일강원 속초휴전선 일대 선전물을 철거하는 대신 서해상에서 남북 해군간 교신에 동의.북측은 실리를, 남측은 명분을 얻었음.
14차 남북 장관급회담2004년 5월 7일 평양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남측이 결렬을 선언하자 비행기 출발 20분 전에 “합의하자”고 요구.무조건적인 자기주장 시정.
1차 6자회담2003년 8월 중국 베이징북 대표단, “이런 종류의 회담은 쓸모없다”(회담 종료 후 베이징을 떠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
북중미 3자 회담2003년 4월 중국 베이징이근 북한 외무성 부국장,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회담장 밖으로 불러내) “핵억지력을 갖고 있고, 수출도 할 수 있다”고 위협.다자외교의 관행에 어긋난 돌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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